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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48점(평면)
기획의도
자연은 예로부터 인간의 관심 대상이었고 생활 터전이었으며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표현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표현은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필연적 접근이며 생명체로서 인간이 그 존재를 확인시키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예술과 자연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연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예술의 근본적 대상물로써 끊임없이 표현되고 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활동은 시대와 작가의 시각적 척도에 따라 조형 의지가 주관적으로 표현된다. 예술에서 자연은 미(美)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상징적 언어로 인간은 자연을 끊임없이 느끼고 탐구하면서 체험된 감정들을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낸다. 인간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얻고, 자연의 존경심과 필요성을 느끼며 삶을 살아간다.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소재와 상상력을 자극해 자연을 이용한 심상(心象)을 나타내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표현하게 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세계, 즉 인간화된 세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자연이다. 창조되고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자연을 문화와 문명의 바깥에 있는 실재성(實在性)으로 자각(自覺)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은 자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의 영향을 받을 수 없고 독립적으로 자연 자체적으로 발전하고 구성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연과 분리해 논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자연의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을 접하는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필요성을 암암리에 느끼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자연의 숨결;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풍경’展은 작품을 보는 모든 이가 작가가 추구하는, 표현하는 감정과 정서를 함께 느끼고 채워주며 새로운 출발을 향한 상상력을 제공하고 자연에서 가져온 추상적인 내적 표현과 다양한 재료의 접목으로 보는 시각을 더욱 깊고, 쉽게 확대하여 새로운 차원의 예술작품을 선보여 대중과 소통하고 자연과 인간관계에서 공존의 가치를 찾아가며 공감하고자 한다.
노현우(Roh, Hyeonwoo)
한 장면의 기억이 이미지로 저장되고 빠르게 잊혀 가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며, 기억해야 할 삶의 장면들이 지니는 감동의 무게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순간을 더욱 명확하게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잔잔하지만 묵직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감정의 공유를 유발하고 무위적 풍경을 통해 감정의 흐름을 기록한다. 타이틀에 장소의 지표, 온도, 날짜, 시간과 같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남겨 작품을 특정 순간에 고정하는 것은 작품의 방향성임과 동시에 공간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초대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과 스쳐 지나간 삶의 한 공간 속으로 관람자를 초대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각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른 느낌을 받겠지만, 이 기억 속 한 장면을 통해 각자의 편안함을 찾기를 바란다.
이부강(Lee, Bukang)
나의 작업은 흔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작가의 내밀한 개인 소사이기도 하거니와 동질의 의식을 함유하는 공동체의 서사이기도 하다. 확언할 수 없는 시공간의 흔적을 찾아 그것을 회화로 재구성한다. 그것은 파편적인 개인사인 동시에 보편적인 한 집단의 총체적 역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남긴 시간의 지층이나 흔적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달리 말해, 흔적 찾기는 나 자신의 과거로부터 온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나의 이웃들, 혹은 익명의 한 집단 공동체로부터 공동의 기억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기억의 재생을 통해 현재적 '나'와 과거의 '우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장이규(Jang, Eigyi)
자연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동양은 이를 산수라 부르고, 서양은 풍경이라 지칭한다. 산수와 풍경의 가장 큰 차이는 산수가 자연의 이상화를 요구함에 비하여, 서양의 풍경은 상대적으로 객관적 표현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이라는 대상에 대한 시각 및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연을 외경의 상징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대립의 실체로 파악하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지역적 특성과 개인의 개성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그의 조형성과는 이미 일정기간을 두고 부단히 응축되고 성숙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강렬한 대비를 통해 구축되는 독특한 공간운용과 자연의 해석방법은 풍경을 단순한 낭만적 서정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하였다. 이는 바로 작가의 자연에 대한 접근방식과 이해가 반영되어 발현된 조형적 성과라 할 것이다.
노현우, 이부강, 장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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