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라는 뜻을 가진 공예는 실용성과 미적 가치를 겸한 조형 활동이다. 공예는 생활에 필요한 것을 아름답고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공예라는 말이 쓰인 것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간은 살아가면서 삶에 있어 필요한 도구(사냥을 위한 돌도끼, 음식 저장을 위한 토기 등)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공예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공예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예는 우리의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활동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활동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오늘날과 같은 다변적인 사회에서 예술의 패러다임은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켜 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예 또는 그 스스로 제 위치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현대미술사와 미학 이론 그리고 철학의 담론 등의 학문적 지식의 장과 미술의 장 등을 통해서 보자면, 공예에 관한 인식은 예술의 주체가 아닌 타자(他者)의 위치에 놓여왔다. 우리는 이런 인식의 중심에 무엇보다 ‘공예의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능은 재료와 기술에 상관없이 수천 년 동안 공예품의 보편적 요소로 존재해 왔다. 근대에 이르러 공예는 한층 더 ‘재료, 기술에 의한 기능’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근대 공예의 기능성은 ‘기능, 비기능의 이분법’적 논리의 기준 체계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로 인해 공예를 창작행위로 간주할 수 없는 주요한 요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반면 이와 정반대의 전위적인 공예 작품들은 오히려 ‘기능’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순수미술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게 한다.
이번 작품전 共存(공존)展은 기능을 제거한 전위적인 공예를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자 많은 연구 끝에 다양한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이어간다. 직접 가마를 만들어 소성하는 과정에서 재료에 따라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여 소작(小作)부터 대작(大作)까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을 거침없이 만들어 간다. 작가는 뛰어난 회화성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실 사용되는 그릇부터 인물, 동물 조형 등 다양한 표현에서 그 두각을 나타낸다. 작가는 자신만의 ‘것’을 작품화 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물레성형으로 도자기의 형상을 만든다. 작가는 날카로운 눈으로 흐트러짐 없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조금씩 변형하면서 기본 틀의 완성해 간다. 기본 틀 위에 물레를 돌려가며 호미와 같은 날붙이를 통해 미세한 힘 조절로 땅을 일구듯이 자신이 추구하는 겉면을 질감을 만들어 간다. 겉면이 완성된 도자기에 투각을 하고 유약을 흘러내려 소성하면 자신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러한 기법들의 작품들은 전부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口部구부(입)에서 몸뚱이를 받치는 굽까지 섬세함과 자연미, 소박함, 부드러운 곡선, 은은함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도출하고 있다.
작가라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신만의 작품을 갖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찾지 못한다, 그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모방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구현하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모방을 통해 재현하려는 본성이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모방의 존재이고 현실을 반영하고 재현하는, 예술을 창조하고자 하는 강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재현을 예술의 시작점이라고 보기도 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처럼 모방을 통해 자신의 것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심재천 작가는 40여 년의 세월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속에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 자신이 추구하는 창작물에 대해 관철(貫徹)시키고 있다.